엘리멘탈이 흥행하고 있어요.이민자 경험에서 시작된 픽사 애니메이션이죠.제 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이었고,픽사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에요. 이민자라고 하면 흔히 차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업의 주인공 러셀의 모델로도 잘 알려진 피터 손 감독은 자신이 경험한 차별과 두려움 속 소중한 가치를 애니메이션 엘리멘탈로 재탄생시켰어요.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 사는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는 어느 날 우연히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됩니다. 앰버는 웨이드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며 지금껏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이민 2세대인 피터 손 감독은 성장하며 겪었던 문화 충돌과 이민자였던 부모님의 경험을 불, 물, 공기, 흙, 네 가지 원소가 살아가는 원소 세계라는 상상력 가득한 이미지로 풀어냈어요. 피터 손 감독은 자신과 부모님의 경험 안에서도 앰버의 불이라는 원소가 가진 이미지 중 따뜻함을 발견해 엘리멘탈에 투영했어요. 주인공이자 불 원소인 앰버는 이민 2세대입니다.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한 부모님과 자란 앰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는 게 소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내재된 불같은 성격을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가 있고, 아버지는 앰버가 자신의 내면을 다스릴 줄 알길 바라죠. 그런 앰버가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를 넘어 보다 큰 세상을 만나며 진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앰버는 이민 2세대로서 차별과 혼란을 겪는데요. 부모님 세대의 문화와 나고 자란 곳의 문화를 모두 겪으며 성장하고 있는 앰버는 경계에 놓인 존재죠. 경계에 놓인, 이질적이면서도 이미 엘리멘트 문화권에 속한 앰버를 향한 차별적 시선 역시 존재해요. 앰버 역시 어린 시절 차별의 기억과 익숙한 세상 바깥에 존재한 더 큰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자신 주위로 울타리를 만듭니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를 둘러싼 경계 밖으로 한 발 내딛는 걸 두려워하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그 안에 갇혀 살던 앰버는 웨이드를 통해 세상을 경험해요. 그 안에서 발견한 건 두려움만으로 가득했던 예상과 달리 훨씬 다양하고 생각보다 따뜻한 시선과 세상이에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건 꿈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꼭꼭 숨겨뒀던 자기 자신이죠. 앰버를 둘러싼 울타리는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미안함이 뒤섞인 책임감이에요. 부모님의 노력과 희생이 자신을 키워왔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 이상의 부담과 책임을 끌어안고 자신이 아닌 부모님의 삶을 대신 살아가려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가 쌓아 올린 울타리 안에서 속만 끓일 수밖에 없는 앰버의 내면은 가끔 폭발하듯 터져 나오죠. 그런 앰버는 마치 진짜 자신을 비추는 듯한 웨이드를 통해 울타리를 넘어섭니다. 웨이드는 물 원소지만, 앰버에게는 변화와 성장의 발화점으로 작용해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앰버를 보며 웨이드 역시 방황에서 벗어나 자기가 진짜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특히나 불과 물이라는 상극에 놓인 원소의 화합을 통해 피터 손 감독은 사회 문화적 포용과 통합을 보여줍니다. 다인종, 다문화가 함께하는 곳에서 자라나며 그들 사이 충돌과 교류를 직접 겪은 감독의 은유는 불 원소 앰버와 물 원소 웨이드의 사랑으로 그려졌어요. 이처럼 자신의 경험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간접적인 표현 방식 안에서 상징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쿠키는 없지만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귀여운 그림들이 나오니까 꼭 보세요.그리고 OST인 Steal the show이 너무 좋아요. 라우브가 불렀어요. 엘리멘탈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실제 원소들이 어떻게 스크린 안에 캐릭터로 만들어져 움직이는지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해요. 경험과 성장이 어우러진 서사는 불, 물, 공기, 흙이라는 네 개의 원소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와 그들이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라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만나 극대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