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 혼자 산다’를 시청하기 싫어졌다.

​​전 국민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난 나혼자 산다를 MBC에서 처음으로 방영한 파일럿 방송할 때 부터 매회 챙겨 본 애청자였다. ​초창기 멤버였던 노홍철, 이성재, 데프콘, 김광규, 이태곤, 서인국이 나올 때 부터 봤으니 정말 오랜 시간 시청해왔다. 서인국이 딸기가 들어있는 딸기 팩에 물을 부어 대충 흔들고 물을 버리는 딸기 세척 과정은 정말 웃기면서 충격적이었다. ​ 방송을 처음 했던 2013년 당시 1인 가구 비율은 아래 통계자료를 통해 약 25%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에는 33.4 %로 늘어났다. 프로그램이 초창기에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삶이라는 신선함에 기반을 두었다면 현재는 1인 가구의 대중성과 공감에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오랜 시간 방송을 보면서도 식상함 보다는 또 다른 면의 즐거움을 느끼며 애청할 수 있었다. ​ ​​ 하지만 방송을 이어온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출연진과 나의 삶은 간격은 점점 커졌다. 나혼자 산다에 처음 출연할 때 뜨지 않은 연예인은 지하 원룸에 거주하던 사람도 있었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주한 재개발을 앞 둔 휑한 동네에서 어렵게 살고 있기도 했다. 물론 모두 서울이었지만… 원래는 경차를 몰던 연예인은 방송이 나온 후 인기를 얻고 얼마 되지 않아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아예 운전면허증이 없었던 연예인은 면허증을 따고 구입한 첫 차 역시 고급 외제차였다. ​ 나 역시 10년 동안 쉬지 않고 내 일을 해 왔지만 내 삶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에 한했다면(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은 몇 년안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삶의 수준이 달라졌다. 그들은 더 이상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공감도 있게 풀어 주던 존재가 될 수 없었다. 이내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한 크고 넓은 집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들도 이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고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충분히 활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 내가 나혼자 산다를 시청했던 시간은 나에게 삶의 즐거움을 제공해주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그 컨텐츠를 소비한 시간에 그들은 차곡 차곡 부를 쌓았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하다.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 나혼자 산다를 보는 시간에 내가 누리는 것은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 정도였다면 그들은 나같은 시청자들의 소비 시간을 모두 끌어모아 자신의 삶의 궤도를 몇 단계씩 높일 수 있었다. 그들의 엄청난 노력을 인정하지만 질투가 나고 괜시리 억울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들의 삶을 보고 있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능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슬프다. ​그래서 내 시간을 더 이상 그렇게 소비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나도 컨텐츠의 소비자로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아닌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아 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