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인터 밀란은 세리에 A에서 가장 뛰어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 구단이다. 이 문장을 보면 당신은 “말도 안 돼. 정작 지금 인터 밀란에 자리 잡은 유소년 선수는 없잖아”라고 반박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터 밀란 1군에 자리 잡은 유소년 선수가 적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구단이 FFP룰을 충족하기 위한 자본 이득을 위해서 유소년 선수들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단의 보수적인 선수단 운영이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인터 밀란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회를 적게 주는 팀일 뿐, 정작 유소년 시스템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훌륭한 팀이다. 네라주리의 스카우트들은 선수를 관찰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유소년 코치들은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데 능하다. 아직 인터 밀란 1군에 자리 잡은 유소년 선수들은 적다. 그러나 세바스티아노 에스포시토를 비롯해 지금 등장하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은 머잖아 네라주리에서 주전 자리를 꿰찰 것이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로렌조 피롤라다. 로렌조 피롤라는 세바스티아노 에스포시토와 루시앵 아구메와 함께 인터 밀란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다. 이 어린 이탈리아 수비수는 지난 2019년 U-17 챔피언십에서 에스포시토와 함께 이탈리아 축구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대회 이후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가 뛰어들었지만, 선수는 잔류했다. 그렇다면 피롤라는 어떤 선수일까.*좀 더 깔끔한 글로 편하게 보기. 스크롤 압박 느끼시는 분들에게 추천. ①최후방의 사령관 로렌조 피롤라는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상대 선수들과 경합하는 유형의 수비수는 아니다. 그러나 이 선수를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가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조율하는 능력과 빌드업 능력, 그리고 공간을 활용하는 지능적인 수비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혼란한 상황임에도 로렌조 피롤라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그는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펼치는데,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점은 바로 상대가 어떤 선택지를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예측하는 판단력이다. 로렌조 피롤라는 주력에 강점이 있는 수비수는 아니지만, 그의 지능적인 움직임은 이런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피롤라는 측면에서 상대가 공을 잡으면 공을 주시하기보다 뒤따라오는 상대 선수의 위치를 확인하고 빠르게 그다음 선택지를 가져간다. 상대가 공중볼 경합을 쉽게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로렌조 피롤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데 능하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그의 파트너인 크리스티안 달레 무라가 상대 선수와 경합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데, 피롤라는 상대의 패스 줄기를 차단하여 공격의 흐름을 끊어놓는다. 키는 185cm로 장신 수비수는 아니지만, 하체의 힘이 뛰어나기에 공중볼 상황에서 강점이 있다. 또한, 그는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가졌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직접 상대 진영까지 올라온 이후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성향이 있다. 로렌조 피롤라의 또 다른 장점은 빌드업이다. 동료인 세바스티아노 에스포시토가 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는데 능한 선수라면, 피롤라는 후방에서부터 공을 몰고 오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데 장점이 있는 선수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도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로렌조 피롤라의 이런 장점들은 분명 훗날 인터 밀란과 이탈리아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②민첩성과 적극성이 떨어지는 수비수 앞서 지적했지만, 로렌조 피롤라는 주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발이 빠른 테크니션을 상대로 자주 허점을 노출한다. 그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치른 2019년 U-17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단점 때문이었다. 로렌조 피롤라의 파트너인 크리스티안 달레 무라가 상대 선수와 적극적으로 경합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피롤라가 이런 부분에서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피롤라는 후방에서 수비진을 조율하고 공간을 봉쇄하는 데 강점이 있는 선수지만, 상대와 적극적으로 경합하여 공세를 끊는 부분에서는 다소 아쉽다. 또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아무래도 뛰어난 위치 선정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를 펼치다 보니 이에 따른 문제도 피할 수 없다. 로렌조 피롤라의 수비 과정 자체는 침착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는 적극적이지만, 대인 마크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선수다. 여기에 주력에 강점이 있지 않다 보니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면 자기 진영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아쉽다. 그렇다 보니 역습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자주 공간을 허용하곤 한다. 즉, 로렌조 피롤라는 후방에서 수비진을 이끄는 사령관 유형의 수비수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의 능력만으로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비수라고 평가하기는 다소 의문이 드는 선수다. 그러나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로렌조 피롤라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수비수 중 가장 눈여겨볼 재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인터 밀란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