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하더라도 리모컨으로 채널만 돌리면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TV를 통해 자유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 옛말이 됐죠? OTT 서비스가 스포츠 중계 분야에도 뛰어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포츠 경기를 돈 내고 보는 경우에 익숙해졌습니다. 실제로 스포츠 전문 채널 SPOTV의 자체 OTT 서비스인 SPOTV NOW가 EPL, MLB, NBA 등 다수의 해외 스포츠 리그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작년에 열린 유로 2020은 TVING이 중계권 확보에 성공하며 새로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또한 지난 9월에 있었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의 중계권은 쿠팡플레이의 몫이었는데요. OTT 서비스가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손흥민 선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선 돈을 내야하는 현실이다(출처: 손흥민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https://www.instagram.com/p/Bvz2uL_AfKT/) 여기서 거론되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경기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입니다. 유명한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OTT 서비스가 독식하면서 국민들 입장에선 돈을 내고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상황에 처하자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그렇다면 보편적 시청권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보편적 시청권은 2007년 개정된 방송법에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 경기 방송권이 무료 방송사에 확보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국제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은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의 경우 90%의 가시청 가구가 확보돼야 합니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 경기의 경우 90%의 가시청 가구가 확보돼야 한다(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되는 스포츠 경기’라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당연히 이 기준에 부합하겠지만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EPL을 포함해 유명한 해외 리그들이 이에 해당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월드컵과 올림픽을 제외한 스포츠 경기 중계권이 보편적 시청권의 보호 아래 무료 방송사에 무조건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무리인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KBS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스포츠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안건이 다뤄졌습니다. 당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돈이 없어서 중계권 확보에 밀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의철 KBS 사장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시장이 돈의 경쟁으로 번지고, 보편적 시청권의 느슨한 규정으로 인해 중계권 확보 경쟁이 심해졌다”며 “자연스레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중계권료가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변 의원은 가시청 가구의 범위에 유료 가입자까지 포함되는 부분을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습니다.해외축구 팬인 김기범(24) 씨는 “일반적인 예능이나 드라마를 TV로 시청하는 것처럼 스포츠 경기도 TV로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처럼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돈 내지 않고 편하게 보던 시절이 그립다”고 언급했습니다. 돈을 내고 경기를 봐야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반면 OTT 서비스가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스포츠 경기를 라이브로 챙겨보지 못해 하이라이트 방영 시간을 예약하지 않아도 OTT 서비스에 업로드된 동영상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해외축구 시청을 위해 OTT 서비스를 구독 중인 박정환(25) 씨는 “마음과 달리 스포츠 경기를 매번 라이브로 챙겨보기는 힘든 노릇”이라며 “OTT 서비스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하이라이트를 챙겨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이 밖에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2차 콘텐츠 등을 포함해 OTT 서비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이점들 덕분에 OTT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 이용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2021년 전체 이용률은 69.5%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20대의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 이용률은 무려 94.7%에 달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포츠 경기가 OTT 서비스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분야로 남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지난 3년간 OTT 서비스 전체 이용률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 OTT 서비스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으로 인한 꾸준한 수요와 보편적 시청권 침해라는 논란 사이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국민관심행사 고시 개정을 앞두고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과연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들 앞에 새 옷을 입고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요?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