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전 눈이 썩는 경기를 보고서 이번 FA컵 경기에 대한 기대감 또한 불타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FA컵 4강까지 왔는데 어쩌겠나, 승리를 응원하면서 경기를 볼 수 밖에. 텐하흐 감독의 데뷔전이 브라이튼과의 리그 경기였고, 1-2로 패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와는 달라진 맨유를 브라이튼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번 경기의 목적이랄까? 물론 이겨야겠지만 말이다. 맨유 라인업 (출처: 맨유 트위터 계정) 브라이튼 라인업 (출처: 브라이튼 트위터 계정) 래시포드와 쇼가 선발로 복귀하면서 어느 정도 스쿼드 운용에 숨통이 트인 맨유였다. 대신 해리 매과이어가 경고누적 징계로 오늘 경기를 결장하기 때문에 루크 쇼가 반강제적으로 센터백으로 나오게 된 맨유였다. 쇼와 린델뢰프가 센터백 라인에서 합을 맞추고, 요즘 그래왔던 것처럼 달로가 레프트백, 완비사카가 라이트백으로 나오며 백포 라인을 구축했다. 브라이튼이 비록 순위는 맨유보다 낮을지라도 주도적인 축구를 해가는 팀이기에 오늘 텐하흐 감독은 본인의 철학대로보다는 시즌 초반부에 그랬던 것처럼, 후방 빌드업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과 타협한 경기운영을 해가는 느낌이었다. 한 60분 대 주도권을 잠시 잡아온 것을 제외하면 브라이튼이 점유율을 훨씬 많이 가져가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물론 맨유는 웅크리면서도 빠른 속도를 살린 공격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브라이튼의 크랙 미토마 카오루를 막는 임무를 부여받은 완비사카는 오늘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 개인적인 오늘의 MOM. 1:1 수비에서 미토마를 잘 제어했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 공격 시 볼 운반 능력 또한 보여줬던 완비사카였다. 120분 간의 연장 혈투가 무득점으로 종료되었지만 스코어처럼 재미없는 경기는 결코 아니었다. 양 팀의 스페인 출신 골키퍼들의 장군멍군 활약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데헤아 골키퍼는 지난 세비야전에서의 호러쇼를 만회하는(그렇다고 재계약 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선방쇼로 본연의 임무를 다했고, 브라이튼의 ‘로베르토 산체스’ 또한 안토니의 왼발 슈팅과 연장전 래시포드의 결정적인 슛을 선방해내면서 철벽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골키퍼들의 맹활약 속에 경기는 0:0으로 종료되었고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린델뢰프의 끝내기 (출처: FA 공식 홈페이지) 2020-21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의 승부차기가 떠오르면서 뭔가 불안한 느낌…. 그때처럼 데헤아의 선방은 하나도 없었지만, 우리 키커들의 실력은 출중했다. 브라이튼의 ‘솔리 마치’가 허공으로 날려버린 후 마지막 키커인 린델뢰프가 깔끔히 성공시키며 승부차기 승리!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FA컵 결승 역사상 최초로 맨체스터 더비가 펼쳐지게 된다. 맨체스터 시티가 ‘트레블’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저지할 기회가 우리 손에 쥐어졌다는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물론 전력 상 열세이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FA컵 결승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맨유의 다음 경기일정은 4월 28일 금요일 04:15분 토트넘과의 리그 원정 경기이다. 토트넘은 뉴캐슬에게 1-6으로 역사적인 대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로써 맨유와 뉴캐슬과 승점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 토트넘은 맨유전을 잡아야 챔스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 토트넘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날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