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중.꺾.마.’의 모범사례

이미지 : CJ ENM 최근 콘텐츠는 스포츠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예능과 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스포츠 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경기장 밖의 이야기들이 보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면에는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허구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반해 리얼한 진짜를 그린다는 데 있다. 진짜를 보고픈 관객들의 욕망을 스포츠 콘텐츠가 대신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실화를 바탕으로 진짜의 감동을 전하는 영화가 극장 상영을 마치고 최근 OTT에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영화 <카운트>가 바로 그 주인공. 과연 이 작품의 어떤 점이 픽션의 재미와 팩트의 감동을 전하는지 여러 요소로 살펴본다. 비운의 금메달리스트, 제자의 꿈을 위해 다시 글러브를 끼다 이미지 : CJ ENM <카운트>는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 오랫동안 많은 영화에서 씬스틸러의 면모를 보여준 진선규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선수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은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시헌(진선규)이 10년 후 평범한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1998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판정 승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편파판정이란 엄청난 비난을 받은 시헌은 자신의 전부인 복싱을 버리게 된다. 그렇게 복싱과 거리를 두던 중 우연히 승부조작으로 기권패 한 윤우(성유빈)를 만난다. 남다른 실력을 갖고 있지만 여러 불운 때문에 방황하는 윤우를 보면서 자신과 묘한 동질감을 느낀 시헌은, 그에게 힘이 되고자 고교 복싱부 감독으로 부임한다. 영화는 시헌이 오합지졸 제자들과 복싱부를 재건한 뒤, 불공정한 제도권에 실력과 열정을 무기로 정정당당하게 도전하는 과정을 치열하게 그린다.​냉정하게 말해 영화는 감상 전부터 우려했던 성장 영화와 스포츠 장르의 뻔한 서사와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주인공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영화에 진심을 불어넣어 작품의 단점을 상쇄한다. 스포츠 스타의 말 할 수 없는 아픔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며,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타인을 오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깨닫게 한다. 레트로 감성과 청춘들의 만남 이미지 : CJ ENM <카운트>는 <해결사> 이후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권혁재 감독의 작품이다. 꿈을 포기했던 남자가 다시 일어서려고 어린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영화를 준비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런 의도는 영화 곳곳에 묻어 있다. 다시 꿈에 도전하는 윤우를 비롯한 복싱부원들의 열정 넘치는 에너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청춘의 힘을 느끼게 한다. 시헌 역시 이들의 멘토 역할뿐 아니라, 자신 역시 제자들을 통해 용기를 내면서 현실의 벽에 도전한다. 멘토와 멘티의 일방적인 방향이 아닌, 서로가 상대를 끌어주고 도와주는 성장의 메시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배경인 199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복장까지 모두 바꾼 배우들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진선규는 시대를 풍미했던 까치집 머리로 변신해 이목을 사로잡은 한편, 성유빈과 장동주를 비롯한 복싱부 부원들은 비비드한 색감의 트레이닝복으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곳곳에 배치된 그때 그 시절 소품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자아내며 요즘 유행인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이렇게 1990년대 청춘들의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서일까? 영화 <카운트>는 여타 풋풋한 청춘 성장 드라마와 다른 묵직함으로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여운과 울림도 함께 건넨다. 연기가 아닌 진짜 복서로 태어난 배우들 이미지 : CJ ENM 영화 <카운트>의 백미는 박진감 넘치는 복싱 장면과 내공 있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다. 88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마이웨이 직진 쌤 ‘시헌’, 독기도 실력도 만렙인 유망주 ‘윤우’,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동주’까지. 진선규, 성유빈, 장동주를 비롯한 진해 중앙고의 열정 넘치는 복싱부 일원으로 변신한 배우들은 실감 나는 경기 장면을 위해 7개월 간의 복싱 트레이닝을 거쳤다고 한다. 배우들의 노력 덕분에 극중 복싱 장면은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게 표현되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오나라, 고창석, 고규필 등이 함께해 주인공 시헌과 찰떡 케미를 선보이며 유쾌한 티키타카를 선사한다.​진선규는 이번 영화로 생애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시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의도치 않은 환경으로 복싱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픔과 잃어버린 꿈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공감가게 그린다. <카운트> 언론시사회 때 첫 주연작에 대한 부담과 마음고생이 컸다며 눈시울을 붉혔는데, 적어도 극중 연기는 당당한 주연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훌륭하게 영화를 이끌어간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이미지 : CJ ENM 하지만 <카운트>도 아쉬운 점이 더러 있다. 시헌을 비롯한 복싱부원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비중 있게 담아내고 있으나,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 탓에 인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는 못한다. 이로 인해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빈약하여 복싱부원들의 경기 모습이나 에피소드들이 다소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성장과 스포츠 드라마의 공식을 잘 따라가며 소소한 재미를 자아낸다. 영화의 말미에는 모티브가 된 박시헌 선수의 올림픽 경기 이후의 인생을 설명하는데, 인물의 서사에 진정성을 더하며 복싱을 향한 그의 도전을 응원하게 만든다. ​영화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핵심 메시지도 감동적으로 전하며 작품의 여운을 더한다. 극중 시헌이 윤우에게 했던 말이 인상 깊다. “복싱이라는 게 다운당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나라고 10초라도 준다. 너무 힘들면 그 자리에서 쉬고 있다가 다시 일어나 싸우면 된다.” 꿈을 향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 대사가 지금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건넨다. 영화가 전하는 기분 좋은 웃음과 훈훈한 감동이 여러모로 어려운 요즘,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로 다가가길 바란다. 카운트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고창석, 오나라, 장동주, 고규필, 김민호, 이종화, 최형태, 추정훈 개봉 2023. 02. 22.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보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