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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한 피칠갑, 묘한 우스개

드립백커피

<귀공자(The Chlide)>(2023/06/16 : CGV 서현) 이쯤 되면 이제는 ‘박훈정’ 감독만의 스타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모두가 인정해 줘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혈투>로 시작해 <신세계>와 <브이아이피> 그리고 <마녀> 시리즈를 거쳐 이 <귀공자>에 당도하기까지 그는 자신이 전시하고자 하는 우스꽝스러운 핏빛 이미지를 우직하게 내세워 왔던 집요한 스타일리스트에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피로 흥건한 세계관을 그리되 그런 상황이 무겁게 읽히진 않도록 슬쩍 웃음으로 눙치는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박훈정’ 감독이 각본을 집필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왔던 사항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들기도 하네요. 사실상 이번 신작인 <귀공자> 역시 피칠갑과 우스개를 양손에 거머쥔 채 사뿐사뿐 운신하는 주인공의 이미지만으로 극이 창조된 듯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지요. 때문에 과한 피칠갑과 묘한 우스개가 공존하는 그의 창작 세계를 안아줄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이번 영화에 대한 평가도 꽤나 치열하게 갈리게 될 거라 봅니다. ‘마르코(강태주 분)’를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쫓다가도 막상 물어뜯을 수 있는 지근거리에서는 넌지시 입을 떼고야 마는 그 야릇한 상황의 반복을 낄낄거리며 버티게 만드는 동력이 ‘귀공자(김선호 분)’의 매력이니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 인물을 웃음으로 견뎌줄 수 없는 관객에게는 어쩌면 이 작품은 그저 지리멸렬한 전개를 위장하기 위해 얄팍한 수단을 동원하는 이야기처럼 체감될 확률도 높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느꼈던 이들도 극 말미에 당도할 즈음이면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시나리오를 쥔 채 제한된 공간에서 상충하는 ‘박훈정’의 각본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테지만요. ‘김선호’는 ‘귀공자’라는 극 중 캐릭터와 한 몸처럼 보일 정도로 일체화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더군요. 다른 인물들이 내내 쫓기며 물어뜯기는 사회적 약자나 지독한 악의를 휘감고 탐욕의 이빨을 드러내는 재벌과 같은 스테레오타입의 들러리들 뿐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충만하다고 느껴지는 건 그가 여타의 배우들에게까지 생기를 불어넣을 정도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 말미 인질을 앞세워 협상하는 장면처럼 조금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부터 관객의 사고를 마비시키게 만드는 역할 또한 그의 몫으로 돌아가 있고요. 그래서 어쩌면 이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 역할을 적임자에게 맡기는 캐스팅이야말로 관객이 그 만듦새와는 별개로 ‘박훈정’의 후속편을 기대하게 되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귀공자 감독 박훈정 출연 김선호,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개봉 2023.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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