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렸다.코로나 격리 해제가 진작에 끝났고 이젠 매스컴에서조차 코로나의 ‘코’ 자도 언급하지 않는데 걸렸으니 믿겨지지 않았다.그리고 예방접종을 5차까지 하고 그렇게 심했던 시기에도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갔는데 남들 걸리지 않을때 이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지.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요즘에도 코로나 변종이 많이 돌아 위험하다고 한다. 지금은 격리 3일째다.처음엔 감기인줄 알았다.왜냐하면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마케팅팀으로 발령이 난 이후, 근무지에 본사에서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간섭과 지시사항이 떨어지고 번번히 본사 마케팅 부장과 관련업체 대표가 들락거렸다.피곤해서 혓바늘이 돋은줄 알았는데 가라앉지 않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것도 힘들 정도가 되어서야 병원에 갔는데 혀의 표피에 이상이 생긴걸 알았다. 결국 레이저로 표피 일부를 절제했다.여기에 순이가 급성신부전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고 나는 상심과 슬픔과 두려움으로 매일을 보냈다.퇴원했어도 순이의 예후를 관찰하느라 나의 신경은 예민할대로 예민해 있었다.날씨는 왜 그리 더운지 순이 체온관리를 위해서도 에어컨을 계속 틀어야 했다.작년 여름과 다르게 올 여름의 일상이 뭔가 엇박자 느낌으로 흐른다고 여겼다.이번주 월요일 갑자기 목이 쉬고 숨이 가쁘고 코가 막히는 증상이 왔다.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신경 쓰고 무리했으니 감기가 올 만도 했다 싶었다.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고 쉬었지만 차도가 없이 점점 심해지는거다.심지어 안방에서 주방까지 걸어가는데도 숨이 가빠 헉헉대기까지 했다.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에 수액이라도 맞아야겠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병원을 찾았다.그러나 나의 상태를 본 의사가 당장 코로나 검사를 했다.코를 깊이 찔러 휘젓고 나서 10분 기다리라고 해서 진료실 밖으로 나갔는데 의자에 앉기도 전에 간호사가 나를 부른다.- 기다릴 필요도 없네요. 양성입니다.정말 죽을것처럼 아팠다.가슴에 무거운 바위 하나를 얹어 놓은것처럼 호흡이 힘들었다.목은 있는대로 쉬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온 몸의 정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다.매가리가 하나도 없다.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혀에 아무런 느낌도 없다.두통은 간헐적으로 왔다. 말이 격리지 그냥 아픈채로 일상을 보내는것과 다름 없었다.다만 이부자리 위에 누워 끙끙 앓고 있을 뿐이다.비는 계속 내리고 집안은 축축해 제습기 연신 돌리고 식은땀에 젖은 옷들을 연신 내 놓으니 금새 빨랫감이 쌓인다.여기에 순이가 내놓는 빨랫감까지.3일동안 입원해 있다 퇴원한 순이는 밥을 안먹는다.아픈 뒤라서 입맛이 없는건지 아니면 아직도 아픈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ㅠㅠ이것저것 먹을거 만들어 제 앞에다 놔주면 고개를 얄밉게 돌린다.오로지 물만 먹는다.그리고 축 늘어지듯 엎드려 있는다.나도 아파 죽겠는데 정말 속이 터진다.설상가상 옆집 실종남의 아롱이와 쫑쫑이까지 챙겨야 한다.아… 정말 울고 싶었다.어쩜 이렇게 고통을 온전히 홈빡 뒤집어 쓸 수 있을까. 그래도 독한 약을 먹고 견디기 위해서라도 미각, 후각, 식감을 잃었지만 억지로 밥을 먹었다.바이러스를 죽이는 네개의 알약을 하루에 두번씩 여덟알을 먹고있다.그 외에 감기약과 기침약도 하루에 세번씩 먹고있다.순이는 일단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오게 하기 위해 육회를 사다 놓아서 그걸 소분해 주고 있다.만약 병이 제대로 났다면 그것도 먹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육회 앞에서 눈이 빛난다.덥석 덥석 잘도 먹는다.나는… 콩나물국이 전부다. ㅠㅠ우린 아주 조금씩이지만 매시간마다 다행을 확인하며 회복을 향해 잰걸음으로 걷고 있다.아직도 미각과 후각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아직도 가슴 한복판엔 무거운 돌덩어리가 얹어진 느낌으로 헐떡이고 있다.아직도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다.독한 약기운에 몽롱해 있다.깊이 잠들지 못하고 이승과 꿈의 언저리에서 반쯤 눈을 뜬채 헤매이며 이런저런 상념에 밤을 지샌다.특히, 코로나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눈물을 훔친다.얼마나 아팠을까.젊은 내가 겪어도 견디기 어렵게 아팠는데 팔순 노구로 겪은 그 고통을 격리병상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도 못한채 홀로 감당하다 쓸쓸히 떠난 엄마…엄마에 대한 기억과 회한은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한 웅큼의 죽음 같은 고통과 눅눅한 고독을 옆에 데리고 찾아와 내 앞에 펼쳐놓는다.어쩌면 이런 경험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 아닌, 내가 몰랐던 엄마의 속내, 엄마의 깊은 고독을 슬라이드로 선명히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오늘은 아주 조금 컨디션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나는마치 수 십권의 철학책과 인문서적을 섭렵한 결과, 역시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은 단순명료한 것처럼 찰나의 생각이 머릿에 스쳤다.생각해 보니 예기치 못한 일들은 인간의 머리로 견뎌내는건 아니다.그냥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는거다.앞으로 남은 생을 두고 또 어떤 일이 내 앞에서 나를 겁박해도 절대 쫄지 않기 위한 담력테스트처럼.아프고 힘들겠지만 10개 만큼 힘들걸 3개정도만 힘들게 면역을 미리 몸과 마음에 챙기는 것처럼.마치 예방주사처럼 말이다. 이것보다 더 금상첨화라면, 앞으로 좋은일만 생기려는 악재와의 이별의식은 아닌건지 스스로 위안을 한다.